항목 ID | GC023E030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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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지리 |
지역 | 경상북도 칠곡군 기산면 각산1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최엄윤 |
퉁지미 에서 태어나 김천으로 시집간 지 6개월 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서천댁 할머니는 모계 3대가 퉁지미를 지켜온 토박이 중의 토박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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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는 서촌댁 할머니
“내가 김천으로 시집을 가가지고 시어머님, 시아바님도 안 계시고 사형제 쫑말이라노이(막내가 되다 보니)…… 동서 밑에 시집가가 한 달 살고 그래 약목 어디 와가 사이, 우리 부친이 60넘어 되가이…… 시방 60이라카믄은(60이라면) 한창으로 알지, 그땐 상노인이라 캤거든, 아이고 못살아서 캤사…… (그래) 하도 와서 너거 와서 농사하고 살어라, 살어라, 나를 그거 하는 요량으로 해서…… 그래 고마 살다가 보이 우리 부친도 세상 버리고 모친도 세상 버리고 그래됐지요.”
서천댁 할머니의 어머니는 열네 살에 시집을 와서 초가삼간 오두막에 사셨는데, 딸 다섯에 아들 둘, 7남매를 두었으나 형제 중 한 명은 세 살에 죽고 또 한 명은 스물여섯에 그만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 서천댁 할머니가 10여 년 전 운명하실 때까지 모시다가 지금도 절에서 제사를 모시고 계신다.
할머니는 슬하에 딸 하나와 아들 6형제 등 7남매를 낳았는데, 가난한 산골에서 안 해 본일이 없었다고 하시며 옛날이야기에 목이 메신다. “우린 몬 살아 노으니께(못사니까) 여식아가 글 배우면 일 안한다카믄서(일 안한다 그러면서) 몬하도록 하고…… 그래 홀치기 하다가 가마니 치다가(짜다가) 둥거리장시(통나무) 하다가 내가 그랬다 카이께…… (중략)…… 통나무 끊어가지고 또개가(동강을 내서) 묶어가지고 이고 장에 가서 팔았다 말이요, 왜관장도 아 업고도 이고 댕기고 약목장도 댕깄시이(다녔으니) 내가 얼마나 고생했소 그래, 말도 몬하지. 그래도 그 여러 남매 초등학교 간다고 연필 산다, 오늘 공책 없다 이카믄(이러면) 그래 거 한 닢씩이라도 준다고…… 내가 몬 주면 찔찔 울며 가면 난도 울고 가는 저것도 울었소.”
할머니는 현재 큰아들과 함께 소도 키우고 밭농사를 하시며 사신다. 18년 전 남편이 돌아가시자 혼자 농사짓기가 어려워 당시 운전 일을 하던 장남을 불러 함께 농사를 지어 왔지만 치솟는 임금과 멧돼지·노루·다람쥐 등 산짐승에 의한 피해와 몇 번씩 바뀌는 농사 품목 때문에 아직도 농사일이 서툰 큰아들과 하는 농사는 여전히 어렵다.
50여 년의 세월 동안 밥 한 그릇 제대로 못 먹고 가난하게 살아오셨던 할머니는 올해 85세가 되었음에도 옛날의 물건들을 창고 깊숙이 보관해 두셨다. 할머니의 생업이나 마찬가지였던 가마니짜기와 베짜기, 자리를 짜는 도구들을 아직 볼 수 있었는데 베를 짤 때는 실의 굵기에 따라 7세, 8세, 9세, 12세, 14세 등 다양한 굵기의 ‘바디’라는 도구가 있었다고 한다.
할머니 집에는 7세와 14세 바디가 각각 하나씩 있었는데, 7세는 목화실을 짜는 거고 14세는 명주실을 짜는 것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자리를 짜는 바디와 가마니를 짜는 바디도 있었다. 마침 밖에서 일하고 돌아온 큰아들이 모처럼 만나는 옛 기억들에 신이 나신지 바디들을 들고 하나하나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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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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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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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서촌댁 할머니 아드님
“자리는 골을 심어 가지고 이만큼 한 일 미터 이상 크면 고걸 끊어가지고 칼로 쫙쫙 째는 기라. 고걸 말라가 삼으로 가지고 날을 만드는 기라. 가마이(가마니) 틀에다가 걸어 가지고 이래 하면 한 번은 앞으로 재끼고(넘기고) 한 번은 뒤로 재끼고…… 이래 재까 가며 골을 이래 여(넣어) 가면서 지랫대 그걸 빼면 탁 쳐고…… 들어가지고 한 번 하만 빼면 탁 쳐고하면 자리가 되고…… 야는 가마니 짜는 거, 가마니도 또 요런 식이라, 여 와, 여 왜 딿았느냐(닳았느냐고) 하면 하도 오래 해가지고, 짚이 여 대이니까 딿았잖아, 똑같이 딿았제…….”
바디들의 깊은 홈만큼이나 깊게 패인 할머니의 주름에는 퉁지미 산골에서 힘겹게 살아온 그녀의 삶이 오롯하게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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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댁 할머니의 맷돌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