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3E030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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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지리 |
지역 | 경상북도 칠곡군 기산면 각산1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최엄윤 |
퉁지미마을 에는 현재 대흥사와 비룡사 두 곳을 제외하고 세 가구가 살고 있다. 그리고 그 퉁지미마을에는 산을 닮아 넉넉하고 깊은 품을 가진 김병탁 씨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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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병탁 씨
김병탁 씨는 경주김씨로 5대째 각산1리에 살고 있다. 산골에서 살다 보니 서당에서의 추억보다는 산에서의 추억이 더 많다. 김병탁 씨 역시 14~15세 무렵 마을 서당에 다니며 천자문을 배운 적도 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고. 워낙 가난했던 시절인지라 먹고 살기 바빠서 공부보다는 가마니를 짜서 등에 지고 1시간 20여 분을 걸어야 나오는 산 너머 약목장에 팔러 가는 일이 더 많았다.
“가마니 2장까지 지고 가봤어…… (중략)…… 그때는 산으로 올라가는 거야. 어른들은 세 번 정도 쉬었다가 가시고…… 지금은 못 가지, 그래, 어른들 따라가면, 옛날에 옷꼬시(강정) 카는 거, 그거 한 개 얻어먹는 게 다야.”
그렇게 산을 넘어서 약목장을 갔는데, 세월이 조금 흘러 동네에 소구루마가 한두 대 생기면서 그 위에 짐을 얹고는 산을 빙 둘러서 약목장을 오갔다.
김병탁 씨에게 비룡산은 유년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혀 있는 곳이다.
옷꼬시(강정)의 구수한 냄새와 약목장으로 가는 길에 대한 추억은 물론이려니와, 소를 산에 올려놓고 월동이라 불리던 보리수와 머루를 따먹으며 꼴을 베고, 소한테 풀을 먹이다 민둥산이 된 산에서 풀을 돌에 묶어 산 아래로 굴리며 놀았던 기억들이 골짜기 골짜기마다 서려 있다.
“어릴 적 여(비룡산)는 소를 먹이러 오거든. 동네 애들이 다 오지, 소 한 마리씩 몰고, 아니면 머시매들은 소 타고, 소고삐를 매 놓고, 그 때 나무가 없으니까…… 여기서(부도 근처) 노는 거야, 저기 재실에서 놀고…… (중략)…… 놀다보면 다른 소들은 가깝게 있는데 내 소가 멀리 있거든, 혼자는 무서워서 못 가고 집에 어른들 불러서 등불 들고 오면 소는 꼭 능선에서 여러 마리가 모여가…….”
비룡산의 품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 소 먹이러 산에 오르며 축산농으로서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하지만 소 한 마리 키우기도 어려웠던 그 시절에 축산업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오만 데 다 뛰어다니다가 무슨 돈이 있어야 하지, 그래 청와대에 편지까지 넣었어, 박 대통령한테…… 그래가 나중에 군에서 답이 왔는데, 제대하면 마음이 달라지니까 제대하고 나서 하라고, 그게 마지막 답이라.”
김병탁 씨는 군대에 가기 전 답답한 마음에 청와대로 편지까지 보냈지만 결국 숙원이었던 축산업은 나이 40에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윗대 어른들과 공동축사를 만들려고 했지만 여의치가 않아서, 결국 혼자 당시 35만 원 하던 젖소 송아지 5마리를 사서 20마리까지 키웠다. 그러나 우유를 짜는 일이 너무 피곤해서 그만두고 10년 전부터는 한우를 키우고 있다.
현재 김병탁 씨네를 포함하여 퉁지미마을 세 가구는 모두 축산을 하고 있다. 서치마을 한 집을 포함하여 각산1리에서는 모두 네 가구가 축산을 하는데, 그 중 김병탁 씨가 가장 연륜이 깊다.
2009년 현재 김병탁 씨는 한우 17마리와 염소 5마리를 키우고 있다. 그는 축산 외에도 약 13,223.2㎡의 벼농사와 9,917.4㎡ 정도의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데, 부인과 둘이서 하기에는 일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도 김병탁 씨는 서치와 퉁지미 어르신들의 자가용 역할뿐만 아니라 새로 이사 온 이웃들의 마을안내인 역할까지 하느라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란다.
지금부터 10여 년 전, 새벽 4시에 일어나 1시간 정도 소젖을 짜던 시절에는, 밤이면 왜관고등학교에 다니던 동네 아이들을 마중 나갔다고 한다. 산골마을의 밤이 무서운 아이들에게 김병탁 씨는 듬직한 아버지이자 삼촌 역할까지 했던 셈이다.
김병탁 씨는 작년에 동네 어르신들을 위한 사랑방 겸 새로 이사 올 퉁지미와 서치의 이웃들을 위해 자신의 집 입구에 흙방을 하나 지어 놓았단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동네 사람들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산처럼 크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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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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