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3B020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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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지리 |
지역 | 경상북도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정재술 |
은행나무는 오래 살며 수형이 크고 깨끗하다. 대체로 다 자란 은행나무는 그 높이가 10~15m에 이르는데, 간혹 40m까지 자라는 것도 있다. 은행나무는 가을 단풍이 특히 아름다운데, 병충해가 거의 없으며 넓고 짙은 그늘을 제공하는 점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어서 정자목 또는 풍치수, 가로수로도 많이 심고 있다.
다부동전투 의 격전지 유학산! 그 유학산 아래 해주최씨 마을엔 어른팔로 다섯 아름 되는 은행나무가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은행나무가 천 년 이상 된 나무로, 신라 때 사찰 경내에 심어졌던 나무로 추측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이 은행나무가 서 있는 주변에서 기왓장과 돌부처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은행나무는 국가적 대란이 있을 때마다 신기하게도 꼭 울었다고 한다. 청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때에도 그랬고, 한국전쟁 직전에도 며칠 동안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마을 사람들은 이 은행나무의 울음소리만 듣고도 머지않아 나라에 큰 변란이 일어날 것으로 짐작했다고 한다.
이 은행나무의 울음소리는 “응에 응에……” 하는 한국 농촌의 재래식 탈곡기 소리와 비슷했는데, 그 울음소리를 듣고 일부 마을 사람들이 실제로 은행나무에 등을 기댔더니 정말 나무가 덜덜덜 하면서 진동하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단다.
잎이 무성하고 열매도 많이 맺었던 은행나무 아래는 사시사철 마을 아이들의 놀이터였는데, 1973년 겨울 어느 날 어떤 아이 하나가 짚단에다 불을 붙여 나무 밑둥치에 난 구멍에 불을 질러 나무가 거의 다 타버렸다. 그 이후 그루터기 형태의 그 밑둥치에서 새로운 순이 나와서 지금은 그 자라난 가지들에서 약간이나마 은행들이 열리고 있다고.
마을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칠곡군에서 이 은행나무를 보호수나 기념수로 지정해 남아 있는 부분이라도 보호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렇듯 기이한 내력을 지닌 은행나무 고목을 또 어디에서 볼 수 있겠는가 하는 마음에서이다. 이 은행나무에는 다음과 같은 한시 한 편이 전해 오고 있다.
알지 못할레라! 은행나무 심은 사람을[不知種者銀杏木]
수령이 자세하지는 않으나 천 년은 지났을 것이다[樹齡未詳過千年]
나라에 변란 있음을 미리 알려주고자[國有變亂神豫告]
사람 없는 밤중에 슬피 우는가[無人半夜應哀泣]
삼척동자가 낸 불로 인하여[三尺童子因燒火]
만고(萬古)의 거목이 하루아침에 자빠졌네[萬古巨樹一朝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