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7B010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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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충청북도 진천군 덕산읍 용몽리 시장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전계영 |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세왕주조[옛 덕산양조장] 건물은 나이 드신 분들은 물론이고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하는 매력이 있다. 거기에 더하여 전통 방법을 고집하여 만드는 술맛 또한 사람들의 입맛을 잡는다. 양조장에 들어가니 직원들이 분주히 일을 하고 있다.
[전통 방법을 지키며 술을 빚어야지요]
진천 지역에서는 1990년부터 각 면마다 하나씩 있던 양조장에서 만들던 막걸리를 진천 한곳으로 몰아서 만들기로 하여 세왕주조는 잠시 문을 닫았다. 그 뒤 2000년에 막걸리 합동 생산이 해산되어 이규행 씨가 환원 면허를 내고 2002년부터 쌀로 막걸리를 빚기 시작했다. 약주보다 더 애를 먹었다는 쌀막걸리는 초기에 속을 썩였다. 양조장에서는 맛이 괜찮은데 밖에 나가면 며칠이 되기도 전에 상하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막걸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효모균은 살아 있는 미생물이다. 따라서 이 효모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처음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하고 3년 정도 고생한 끝에 옛 맛을 품은 막걸리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었다. 세왕주조 대표 이규행 씨는 그동안의 고생을 담담하게 말했다.
“옛 맛이 난다고들 해요. 비법이 뭐냐고 묻는데, 특별한 게 있겠어요. 그냥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드니까 옛 맛이 나겠죠.”
사무실 앞쪽에는 쌀을 씻는 곳과 누룩방, 발효실이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쌀이나 밀가루를 찌는 곳과 술 거르는 곳이 있다. 쌀이나 밀가루를 찌는 장비만 새롭게 들여왔지, 다른 시설들은 1930년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발효실 안으로 들어가자 후덥지근함이 몸을 감싸고 시큼함이 코를 찔렀다. 발효실에 들어차 있는 항아리에는 ‘1935 龍夢製(용몽제)’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1935년 근처에 있던 용몽(龍夢)이란 옹기가마에서 만든 항아리라는 표시다.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멥쌀을 불려 증기로 고두밥을 찐 뒤 이틀 동안 종균실에서 배양을 한다. 배양한 것을 항아리에 담고 다음날 덧밥[술밥]을 넣어 준 뒤, 또 이틀 동안 숙성을 한다.
세왕주조는 이 모든 것을 사람의 손으로 한다. 사람 손으로 균을 띄울 때는 날씨에 따라 그 방법이 다르다고 하는데, 이 미세한 온도나 손끝의 감각을 기계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다고 이규행 씨는 말했다.
“제품을 주입하는 일부 과정은 기계화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해요.”
이렇듯 종균 관리와 발효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1년 365일 양조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이규행 씨 부부는 잊혀 가는 우리의 전통 술에 숨결을 불어넣는 장인들이 틀림없었다.
[저온저장 창고로 놀러오세요]
이규행 씨 부부는 올해 두 번째 숙원 사업을 이루었다면서 우리에게 저온저장고를 보여 주었다. 저온저장고는 큰 오크통 모양이었는데, 앞면은 세왕주조의 자랑거리인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큰 규모여서, 보는 순간 안의 구조가 어떤지 궁금할 정도였다.
세왕주조에서 나오는 모든 술의 원료는 진천에서 생산되는 쌀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쌀을 저온에 저장해야 술맛이 좋단다. 물론 저온저장고에는 양조장의 완성품들도 저장하고 있다. 생막걸리의 경우 유익한 균은 살아 있고 발효만 정지시킨 것이라 저온 창고에서 좀 더 묵히면 맛이 더 좋다고 한다.
이규행 씨가 저온저장고를 만든 또 하나의 이유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여름에 우리나라가 습하잖아요. 곡주다 보니까 병에 곰팡이가 스는데, 외국에서는 포도주가 곰팡이가 많이 붙어 있어야 더 좋은 술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싫어하거든요. 아직 인식이 안 되어 있어요.”
이런 이유 때문에 곰팡이를 방지하기 위해 곡주를 저온저장고에 보관한다는 것이다. 또 명절을 맞이하려면 수량을 어느 정도 확보해 놔야 하는데, 일일이 손으로 제조하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린다. 그래서 세왕주조 제품을 찾아주는 소비자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저온저장고에 저장을 해두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것이라 한다. 그러면서 이규행 씨는, 앞으로 생산 라인도 갖춰야 하고 할 일이 많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전통을 이어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규행 씨는, 지금까지 술을 만들면서 가장 아쉬웠던 게 선대 어른들이 기록에 무심했던 점이라고 했다. 모든 것을 손끝으로, 감으로만 했던지라 3년 전쯤에도 세왕주조에서 선대 어른들이 전통 방식으로 빚는 약주를 지방 무형문화재로 만든다고 연구 자료들이 있으면 해준다고 했는데, 내세울 만한 기록이 없어서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규행 씨는 지금은 술을 개발할 때는 세세한 것까지 꼭 기록하려고 애쓴단다.
3대째 전통 술을 생산하면서 이규행 씨는 우리의 전통을 이어 가기 위해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가장 많이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술에 대한 역사와 전통을 기록하는 역할과 기반을 다져 놓는 것이라고 하였다.
[정보제공]